그랜저 하브 말고 K8 하이브리드를 사야 하는 이유 4가지, 국산 준대형 세단 추천
원래도 경쟁상대였지만, 기아 K8 하이브리드가 페이스리프트되면서 그랜저 하이브리드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는데요. 기존에는 외관 디자인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렸던 K8이었지만, 페이스리프트 버전은 호에 더 가까우면서 로보캅을 닮은 그랜저와 많은 비교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그랜저 하브 대신 K8 하이브리드를 사야 하는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해 보았는데요. 이 두 차량을 모두 시승했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과거의 시승 기억을 가지고 왜 K8 하이브리드를 사야 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끝에 반전이 있으니 끝까지 봐주세요.
K8 하이브리드를 사야 하는 이유 4가지
1.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
K8이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가격이 굉장히 많이 상승하였지만, 그럼에도 그랜저보다 조금 더 저렴한 편입니다. 특히 하이브리드의 경우 모든 트림에서 더 비싸게 책정되어 있는데요. 아래 금액은 세제혜택 후 가격입니다.
트림별 가격 차이 ( 단위 : 만 원 ) | ||
현대/기아 | 그랜저 HEV | K8 HEV |
프리미엄/노블레스 라이트 | 4,334 | 4,272 |
익스클루시브/노블레스 | 4,824 | 4,624 |
캘리그래피/시그니처 | 5,287 | 5,037 |
블랙 잉크/시그니처 블랙 | 5,416 | 5,067 |
더 최근에 판매가 시작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70~250만 원 정도가 더 저렴합니다. 두 회사가 가격 정책이 다르다 보니 모든 트림을 정확하게 똑같다고 할 수 없고, 트림 내부 구성도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조금이나마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트림 가격만 더 저렴한 것이 아니가 선택 옵션의 가격도 전체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두 차량 모두 HUD를 추가할 수 있는데, 기아는 84만 원, 현대는 99만 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파노라마 선루프도 기아는 109만 원, 현대는 119만 원으로 조금 더 비쌉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입니다. 트림별 가격이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K8 하이브리드는 시그니처 트림에서는 기본으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들어가지만,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모든 트림에서 109만 원 또는 129만 원을 지불해야 추가할 수 있습니다.
모든 옵션을 추가한 금액 기준으로는 각각 5,614만 원, 5,729만 원으로 K8 하이브리드가 115만 원 더 저렴하게 책정됩니다. 어떻게 보면 풀옵션에서 오히려 그랜저 가성비가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없는 옵션들이 있는데요.
K8 하이브리드에만 3 존 공조 시스템(2열 온도 조절), 후면 전동 선커튼이 들어갑니다. 사소할 수 있지만 이 정도 크기의 차량을 사는 분이라면 뒷자리에 누군가를 태울 일이 많을 텐데 2열에서 해를 피하거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은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2. 더 예쁜 디자인이면서 뛰어난 실용성
개인적으로는 현행 K8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랜저보다는 예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페이스리프트 전에는 조금 상어 같은 느낌이 있었다면 현재는 대형 세단임을 강조하고 싶은 거대한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랜저는 너무나 거대한 그릴 패턴 때문에 앞 디자인에 디테일이 너무 과하게 들어갔고, 하단 범퍼 형상이 다소 심심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는 저의 주관적인 견해이므로 여러분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실외는 그렇다고 치고, 더욱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실내입니다. 그랜저의 택시 미터기 같은 센터 콘솔 하단의 디스플레이는 미적으로도 안 이쁘면서 사용성도 불편한 최악의 디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와 달리 K8은 실용성과 디자인 모두 챙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투박하고 6시 방향으로 스포크가 뻗어 나온 그랜저의 스티어링 휠은 사용성에서도 불편한데요. 크루즈를 걸어놓고 주행할 때 손을 6시 방향에 올려놓고 운전하는 경우가 꽤 많은데, 어정쩡한 위치에 손을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달리 K8은 6시에 손을 얹어놓고 주행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그랜저가 나은 점이라면 기어가 칼럼식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센터 콘솔을 더욱 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저는 기어봉을 가장 선호하기 때문에 두 디자인 모두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3. 조금이라도 더 높은 전기모터 출력
완전히 동일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으로 많이들 알고 있지만, 제원 상 전기 모터의 출력이 최근에 출시한 K8이 더 높은 상황입니다. 유의미할 정도의 차이는 아니지만, 더 저렴한 금액임에도 최신 엔진 시스템을 장착했다는 점은 당연하게도 K8을 선택하게 만듭니다.
엔진 시스템 비교 | ||
그랜저 HEV | K8 HEV | |
엔진 최고 출력 (ps/rpm) | 180 / 5,500 | 180 / 5,500 |
엔진 최대 토크 (kg.m/rpm) | 27 / 1,500 | 27 / 1,500 |
모터 최고 출력 (kW) | 44.2 | 47.7 |
모터 최대 토크 (Nm) | 264 | 264 |
두 차량의 전기 모터 출력 차이는 3.5kW 정도로 마력으로 환산할 시 4.75ps 정도로 아주 작은 차이입니다. 사실 시스템 최고 출력 230마력 수준인 두 차량에게 5마력 차이는 운전자가 체감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조금이나마 출력이 높은 전기모터를 사용하면 정지 상태에서 가속할 때 출력 도움을 더 많이 줄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차이는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므로 비교 교차 시승을 꼭 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4. 운전의 재미가 다르다.
5m가 넘어가는 대형급 세단에서 무슨 운전의 재미를 찾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두 차량을 모두 시승해 본 경험으로는 K8 하이브리드가 압도적으로 즐거운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두 차량 모두 굉장히 정숙하고 뛰어난 승차감을 가지고 있지만, K8이 조금 더 땅에 붙어서 가는 느낌을 주는데요.
이는 현대와 기아가 추구하는 방향성 차이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대는 벤츠에, 기아는 BMW에 가깝게 서스펜션을 세팅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현대의 차량들이 전체적으로 소프트, 물침대 같은 승차감을 제공하며, 기아 차량들이 단단하고 스포티한 승차감을 제공합니다.
두 차량을 교차 시승하면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꼭 같은 날 시승을 진행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랜저를 사야 한다.
장점을 4가지나 말씀드렸지만, 현실은 그랜저를 사야 하는데요. 같은 크기의 휠을 사용했을 때 그랜저의 연비가 더 좋은 편입니다. 심지어 17인치는 K8 밖에 없는데, 18인치 휠을 장착한 그랜저와 연비가 거의 비슷합니다.
복합 연비 비교 | ||
휠 크기 | 그랜저 HEV | K8 HEV |
17인치 | - | 18.1 |
18인치 | 18.0 | 17.2 |
19인치 | 16.7 | 16.1 |
20인치 | 15.7 | - |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하는 이유가 적은 유지비 때문인데 이 정도의 연비 차이라면 무조건 그랜저를 사야 합니다. 신기한 것은 공차 중량이 그랜저가 훨씬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연비가 더 좋다는 것인데요. 모터 출력이 3.5kW 높은 게 이런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요?
게다가 그랜저의 감가가 더 적게 발생하는 것도 결과적으로 유지비가 저렴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엔카 매물 2022년식 기준으로 20% 정도 감가가 진행되었지만, k8의 경우 25~30% 정도의 감가가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리프트 버전이 출시되었기 때문에 구형 버전이 훨씬 많이 감가가 된 것이냐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완전 구형 모델인 그랜저 IG 페이스리프트 하이브리드, 흔히 마름져라고 부르는 모델마저도 2022년식 모델의 감가율이 15% 정도로 오히려 신형보더 덜 되고 있습니다.
그랜저라는 이름이 갖는 힘과 수요는 감가의 속도를 늦추게 되고 이를 통해 최종적인 유지비가 더 적게 나가게 만듭니다.
그랜저 하브 말고 K8 하이브리드를 사야 하는 이유 3가지를 알려드렸는데요. 사실 금전적인 부분을 생각한다면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사는 것이 맞습니다. 요즘은 자동차를 폐차할 때까지 타는 경우가 잘 없고 5~10년 사이에 많이 바꾸기 때문에 중고차 감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이러한 사항은 제 주관이고 추천일 뿐이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차량을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봐도 그랜저 디자인이 별로라면 돈을 더 주고라도 K8을 사는 것이고, 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버전이 2025년 하반기 출시 예정이므로 급하지 않은 분들은 기다려보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